일상

가을 춘천 마라톤 풀코스 완주 42.195km 도전 후기

댕댕이야호 2024. 10. 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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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마라톤 신청 받기도 전부터 춘천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접수하기 위해 마라톤 접수받는 사이트에 기웃거렸다.

 

 

처음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민건 2016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10km

 

 

운동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력의 한계와 필요성을 느꼈고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다른건 몰라도 유산소 운동은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최근 춘천 마라톤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제대로 달리기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사실상 작년에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스파링 할 때 체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면 체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러닝만한게 없다 생각이 들어 러닝을 통해 체력을 향상 시키기 시작했다.

 

 

20242월이 지나 추운날씨가 지나가고 날씨가 점점 풀리는 봄이 오면서 집 앞부터 달리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평균 페이스  600~630 사이가 나왔는데 이왕 해보는거 목표를 잡고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풀코스를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왕 나가는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메이저대회 한 번 해보자며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에 가을에 열리는 춘천마라톤을 알게 되었고 신청날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핸드폰 메모장이 기록해놓았다.

 

 

신청접수 당일 정시가 되자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주하며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다운되었는데 다행히도 힘들게 신청 할 수 있었고 하마터면 못할뻔한 해프닝도 있었다.

 

 

몇 년 전과 다르게 최근 2~3년 사이에 느끼는 거지만 요즘 마라톤과 러닝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풀코스의 대한 대비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우선 체력부터 키워보자 라는 생각에 일주일에 1~2회정도 꾸준히 집 주변을 천 따라  5~7km정도씩 뛰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점점 페이스와 몸의 움직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올 여름은 엄청난 열대야 때문에 너무나 더워서 뛰는 동안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목표가 잡힌 이상 오직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이 악물어 가며 연습을 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을 혹사 시켰던게 잘못이었다.

 

 

무리하게 몸을 망가뜨리면서 하는건 오히려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달리기에 이미 중독(?) 되어버린 몸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뛰었고 무릎보호대와 병원에서 처방받은 소염 진통제를 먹어가며 페이스를 단축시키는데만 몰두했다.

 

 

그러다보니 발가락은 붓고, 멍들고, 빠지고, 무릎의 통증은 갈수록 심해져서 잠깐 운동을 쉬어야하는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꾸준히 한 결과 페이스는 7~8km기준으로 500 초반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리고 마라톤 D-daty 2주를 앞두고 풀코스 하기전에 lsd를 해봐야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떠올라 30km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그동안 무릎통증 때문에 미뤄왔던 것을 막상 하려니까 사실 막막했다.

 

 

여기서 더 몸이 망가지면 사실상 본 대회에 나갈때까지 무릎이 완전히 회복될거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그동안 lsd를 망설였던건데 그래도 한 번은 해봐야하기에 쉬엄쉬엄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큰 맘먹고 30km를 뛰어보았다.

 

 

우선 쉬엄쉬엄 630 페이스로 뛰기 시작했는데 10km까지는 사실상 뛸만했다.

 

 

그런데 10km넘어가니까 골반과 무릎 그리고 발목까지 하체의 전반적인 묵직함과 뻣뻣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20km정도 되니까 감각이 둔해지고 통증이 몰려왔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에너지젤과  물을 먹어가며 힘을 내기 시작했고 20km 지점을 지나간 후부터는 한걸음 한걸음 정말 힘겹게 힘겹게 뛰었다.

 

30km를 뛰고 나니 이 보다 긴 42.195km 풀코스를 완주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확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에서 풀코스의 진짜 시작은 30km이후라도 한게 글이 생각 나서 정말 절망스러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병원가서 약도 지어먹고 물리치료도 받으며 대회는 다가왔고 드디어 20241027일 일요일 대회 당일이 되었다.

 

 

전날 토요일은 특별히 한 건 없었고 평상시처럼 먹고 잠만 저녁 11시정도에 자서 일요일 6시쯤에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는데 아침을 안먹다가 갑자기 먹으면 탈 날 것 같아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집에 있던 단백질 보충제가 있어 가볍게 먹고 집을 나섰다.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하여 이전에 예매해놓았던 춘천행 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대회당일이라 그런지 잠은 오지 않고 그냥 편하게 음악을 들으며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풀코스를 무릎보호대보다는 테이핑이 더 낫다는 말을 듣고 버스안에서 도착 직전에 무릎테이핑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잘한 것 같다.

 

 

lsd 30km를 했을 때 무릎보호대를 착용했는데 이때 사실 무릎보호대도 너무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한 무릎테이핑은 사실 한지 안한지 모를 정도로 좋았다.

 

 

여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대회장까지 걸어갔는데 9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어짜피 나는 뒷조였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천천히 시작하자는 생각이었고 대회장에는 역시나 엄청난 인파가 대회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고 살짝 흐렸는데 아 오늘 정말 뛰기 좋은 날씨구나 생각을 하며 대회장에 도착해 물건을 맡기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달릴까 그냥 아무것도 없이 달릴까 고민하다가 대회 분위기를 느끼면서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가민워치만 손목에 차고 모든 짐을 다 맡겼다.

 

 

물품을 맡기고 화장실에 들렸다 출발선에 가니 풀코스 마지막 조가 시작을 앞두고 있었고 다행히 나도 그 조에 합류해서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후끈 달아오르는 대회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는데 나도 덩달아 심장이 두근거렸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출발 신호음이 들리고 모두가 다 환호를 하며 달리기 시작했는데 나는 오직 페이스 오바하지 말자, 몸에 너무 힘을 주지말자, 흥분하지말자 이 세가지만 생각하고 워치 페이스를 보면서 다른사람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내 전략은 21km 하프지점 까지 530~600 페이스로 뛰다가 30km까지는 600, 결승까지 630으로 4시간 30분 안에만 들어오자였는데 이전에 lsd를 해본 효과 덕분인지 21km까지 중간중간 업힐이 있긴했으나 그럭저럭 뛰만했고 2시간이 살짝 넘어가며 하프지점을 통과 했다.

 

 

 

2023년 하프 뛰었던 기록 2시간 12분을 생각하면 정말 기분좋은 기록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컨디션을 한 껏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25km를 넘어가니 첫번째 고비가 왔고 슬슬 하체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하는데 아 드디어 올게 왔구나 생각이 들면서 하체에 누가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 것처럼 묵직하게 느껴졌고 자세도 틀어지면서 호흡도 불규칙해졌다.

 

 

30km가 넘어가니 두번째 고비 종아리와 발바닥등 전체적으로 경련과 쥐가 번갈아가면서 나기 시작했는데 이 때가 정말 엄청나게 힘들었다.

 

 

쥐를 좀 풀려고 조그만 자극을 주면 오히려 더 근육의 경련이 심해지고 있음을 느꼈기에 이 통증을 참고 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그냥 무작정 뛰었다.

 

 

35km가 지나가면서 세번째 고비 사실 이때부터는 신체를 믿고 뛰었다기 보다는 그냥 정신력 하나로 버티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위기가 급수를 할 때 물먹느라 잠깐 멈췄는데 이 순간만큼은 정말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었다.

 

 

걷는것도 힘겨울 정도였는데 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버텨주라 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뛰기 시작했고 다행히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조금씩 몸이 반응을 해주었다.

 

 

앞을 보는 시간보다 땅을 보며 걷는 시간이 더 길었는데 호흡의 문제보다는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정말 막연했었다.

 

 

마지막 고비39km지점에 한 번 더 찾아왔는데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나 도저히 걸을수도 없을정도로 피로도와 마비증세가 심하게 왔다.

 

 

아 이대로 주저앉고 싶다 아니 눕고싶다, 여기까지인가보다, 그만하고 싶다, 너무 하기 싫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 여기서 포기하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거야, 후회는 하지 말자라는 다짐들이 다시 나를 일으켜세웠고 마지막 남은 1~2km는 남은 힘을 다 짜내서 전속력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결승전을 통과하고 정신없이 바로 옆으로 빠져 주저앉아 있는데 안전요원인지 아니면 행사참가자의 일행분인지 모를 분이 내 다리에 파스를 발라주셨고 덕분에 이내 잠깐 놓았던 정신이 다시 조금씩 돌아왔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힘겹게 걸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잠깐 주저앉아 굳어있던 하체를 조금씩 풀어주고 기록을 봤는데 4시간2756

 

 

 

 

 

.. 4시간30분 안에 들어왔구나

 

 

35km넘어 가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힘들었을 때 사실 4시간3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아니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쥐어짜낸 의지로 기록을 단축 시킬 수 있었고 이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많이 힘들고 외롭고 어려운 42.195km 춘천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30대 마지막 버킷리스트중에 하나였는데 우선 목표를 달성했기에 사실 다음에 또 풀코스를 도전할지는 모르겠다.

 

너무나 힘들지만 그 만큼 너무나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도전이었다.

 

 

https://www.chuncheonmarathon.com/

 

춘천마라톤 -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가을의 전설' 속을 달린다.

www.chuncheonmarat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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